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생명·민주주의 장례식···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하여'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있는 철강사' 포스코는 한국의 자랑으로 떠받들어집니다. 하지만 포스코 그룹의 발밑은 피와 고름으로 흥건합니다.

비폭력 시민불복종 기후생태정의운동 멸종반란한국(이하 ‘멸종반란’)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18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기리며 추도문 낭독, 노래 부르기, 다이인 액션(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생명’, ‘민주주의’가 적힌 검은 관과 비석 앞에서 참가자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애도의 뜻을 비치었다.

멸종반란은 추도사에서 “1980년의 광주를 방불케 하는 학살이 2021년의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연대를 촉구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군부가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2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애도하는 대상을 상징하는 물건을 가져와 무덤 형태로 모아놓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하경심 씨는 가져온 초를 내려놓으며 “총소리와 함께 곁에서 쓰러지는 친구를, 연인을, 가족을, 동료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깊은 슬픔을 나는 헤아릴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들(미얀마 시민들)의 절규에 응답하며, 떠난 이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절벽으로 몰아붙인 이들에 함께 맞설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어 포스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합작 투자를 하는 기업 14개 중 6개가 한국 기업이었으며, 특히 포스코는 가스전과 호텔 사업 등을 통해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멸종반란은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자처하며 시민권 증진을 들먹이면서도 진짜 시민들의 절박한 외침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포스코의 위선을 지적했다. 앞서 포스코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기록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집회에 참여한 조은혜 씨는 “포스코는 이윤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손을 덥석 잡고, 그곳이 어디든 파내고,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한다”라며 “그렇게 주주자본주의의 화신이 되어 민주주의를 죽인다”라고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후·생태위기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멸종반란은 국민연금의 포스코 투자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의 11.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국민들의 세금이 국민연금을 통해 포스코로, 다시 포스코에서 미얀마 군부로 옮겨간다는 것. 또 다른 참여자 황혜정 씨는 “우리는 생명을 선택할 때 왜곡되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권력자나 기업이 아닌 시민들의 힘으로만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XR)은 기후·생태위기에 맞선 시민들이 모인 공동체로, 정부와 입법부에 ‘기후·생태 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전 세계 약 80여 개 국가에서 멸종반란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멸종반란한국은 한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기후·생태 정의운동 공동체다. 지난해 11월,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국회 앞 펜스에 목을 걸고 '2025 탄소중립'을 외친 십여명의 활동가들이 체포된 바 있다.


멸종반란한국 - 추도문 전문 (벌새 활동가 )

우리는 오늘 사라져가는 것들을 애도하기 위해 이 곳 포스코센터 앞에 모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있는 철강사’ 포스코는 한국의 자랑으로 떠받들어집니다. 하지만 포스코 그룹의 발밑은 피와 고름으로 흥건합니다.

포스코 작업장에서 영원히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분들의 수를 손발을 합쳐도 다 셀 수 없습니다. 바로 이틀 전에도, 협력업체 노동자 한 분께서 공장 설비에 끼여 돌아가셨습니다.

또한 포스코는 삼척에서 석탄발전소를 기어코 짓습니다. 이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주민들은 조기사망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맹방 해변의 모래들이 손쓸 새 없이 깎여나갑니다.

포스코의 자회사는 우즈벡의 아이들이 강제노동으로 생산한 면화를 아랑곳 않고 사들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 사업을 벌이며 열대 원시림을 밀어버렸습니다. 마시지 못할 정도로 더럽혀진 강물이 팜유 농장을 끼고 흐릅니다.

또한 미얀마에서는 군부와 합작투자하여 미얀마 군부에게 막대한 자금을 안겨줍니다. 언제든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군부는 쿠데타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1980년의 광주를 방불케하는 학살이 2021년의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도시와 마을 구석구석이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시민들의 피로 물들어갑니다.

포스코는 이런 사태를 알지 못한다는 양, 미얀마 해상에서 유망한 가스층을 또 발견했다며 축배를 터뜨리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이라는 그럴싸한 경영비전을 내세웁니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합니다. 시민권을 드높이겠다고 합니다. 급기야는 현재의 기후생태위기까지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한국판 그린뉴딜의 주역으로서 탄소중립마저 선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경제성장에 미혹된 우리 정부는 이런 포스코의 위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의 존재 없이 나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까? 내 쪽의 숫자만 키울 수 있다면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까? 다른 존재들이 고통받고 공동체의 가치가 망가지고 있는데 나만 행복하고 풍요로울 수 있습니까? 우리의 필요를 넘어 무한히 소유할 수 있습니까?

현재의 산업성장사회는 성장을 영원히 계속할 수 있다는, 그리고 기술로 삶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입하며 모두를 단절시키고, 우리를 생명과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나의 안녕과 다른 이의 안녕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요. 다른 존재의 사라짐을 아파하는 우리 스스로가 그 증거입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의 슬픔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슬픔을 양지로 내어놓습니다. 프랜시스 웰러의 말처럼, “슬픔은 살아 있고, 거칠며, 길들여지지 않으며 길들여질수도 없습니다. 슬픔은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에 저항합니다.” 즉 애도는 저항의 행위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함께 애도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해악적인 현 시스템에 반란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반란은 애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벼랑 끝에 몰린 지구 위의 생명등을 지켜내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멸종반란한국은 세계 곳곳의 동지들과 함께 이 투쟁에 앞장서겠습니다.

포스코액션1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의 테헤란로 장례 행진

포스코액션2 포스코센터를 향해 들어오고 있는 장례 행렬

포스코액션3 멸종반란한국의 집회 도중참여자들이 다이인(die-in, 드러눕기)를 통해 애도를 표현하고 있다

포스코액션4 '생명, 민주주의'관을 둘러싼 붉은 정령들

포스코액션5 추도문을 낭독하는 멸종반란한국 활동가 황혜정씨

포스코액션6 미얀마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사진을 담은 액자를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

포스코액션7 집회 참여자들은 각자 자신이 애도하고 싶은 존재를 액자에 담아 행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