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국회액션 보도자료

기후위기에 체포 불사한 시민들, 이들은 왜 국회 정문에 목을 묶었나

  • 멸종반란한국, 2025 탄소중립·시민 주도 ‘정의로운 전환' 요구
  • 기후 비상사태, 비폭력 시민불복종 환경운동 전세계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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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이 11월 19일 오전 국회 정문에 목을 묶고 ‘2025 탄소중립'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폭력 시민불복종 환경운동 네트워크 멸종반란한국(이하 ‘멸종반란')이 19일 오전 국회 정문에 목을 묶고 ‘2025 탄소중립'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여자 11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제거량과 배출량이 상쇄돼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일명 ‘넷제로' 상태를 뜻한다. 멸종반란은 이날 오전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공청회'가 열린 국회 앞에서 “2050 탄소중립은 무책임한 기후위기 대응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202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는 ‘2050 탄소중립사회'로 가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최근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가운데 열린 자리다. 멸종반란은 이날 공청회 축사를 맡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대담을 요구하며 “2050년 탄소중립 공청회를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와 만나 2025년 탄소중립을 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멸종반란은 “2050년 탄소중립은 불확실하고 기득권의 시각에서 보수적으로 세워진 목표"라며 “지금 당장 급진적 탄소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를 향해 “여전히 기후위기의 주범인 재벌을 살리기 위한 경제성장과 고탄소 산업-에너지 구조의 존속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당장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치권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고 했다.

현장사진 경찰 ▲ 경찰이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이 목을 묶은 자전거 자물쇠(유락)을 절단기로 끊고 있다.

멸종반란은 또 “전 지구 기온 상승 1.5도까지 7년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급진적 탄소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구 평균기온 1.5도 억제는 2015년 12월 전 세계 200여 국가가 참여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채택된 목표다. 파리협정 참가국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유지하되, 1.5도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합의했다. 1.5도는 기후 비상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된 수치다. 하지만 협정 체결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연합(UN) 산하의 국제기구 IPCC(기후위기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이대로 가다가는 1.5도 마지노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멸종반란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불확실한 탄소 제거 조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라며 “더구나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인한 메탄 유출, 대규모 산불 등 예측하지 못 했던 온실가스 추가 발생 요인은 고려되지 않은 계산식에 기반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멸종반란은 이어 기후 정책 수립을 위해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도하는 시민의회 혹은 국가에너지전환위원회를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기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멸종반란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 관료, 정치인, 산업계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라고 했다.

현장사진0 ▲멸종반란한국이 19일 오전 국회 정문에 목을 묶고 ‘2025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김형진(28) 씨는 “기후위기가 단순히 국지적인 환경문제가 아니라, 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 2050년처럼 요원한 시점이 아닌 즉각 대응을 바라 시위에 함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처럼, 정부가 나서고 온 사회가 협력해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 문성웅(20, 활동명 ‘한사') 씨는 “지난 장마와 이번 코로나19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 잔혹했다"라며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 심화하는 현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고발하려고 행동에 나섰다"라고 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xr로고 ▲멸종반란 로고. 멸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원 안에 있는 모래시계를 로고로 삼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세계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언론 <클라이밋홈>은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토대로 한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국책은행이 석탄 산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한국의 기후위기대응지수(CCPI)가 61개국 중 58위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멸종반란한국은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네트워크다. 정부와 입법부에 ‘기후적, 생태학적 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같은 비폭력 시민 불복종 환경운동은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XR)’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27개국 60개 도시에서 멸종반란에 참여한 시민들이 도로와 교량, 광장을 점거해 기능을 마비시키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긴급조치를 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19일 멸종반란한국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

< 한국정부 기후대응, 금메달 아닌 목메달 >

2020년 11월 19일 오늘, 국회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공청회가 열린다고 한다.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 탄소중립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회도 기후위기 결의문을 내고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보수적인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른 2030 계획을 내는 것조차 발을 질질 끌고 있다. 특히 입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며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에서 2030년 50%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거부한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이중적이고 기만적이다.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기후위기 주범인 재벌을 살리기 위한 ‘경제성장’과 고탄소 산업-에너지 구조의 존속에 우선순위를 둔 채 2050년이라는 먼 미래의 탄소중립 목표만 세우며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나중 문제로 미루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정치권의 직무유기를 준엄하게 규탄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조차 많은 불확실성의 영역에 기반한 불확실한 계획이다. 100여 명에 가까운 전문가들에 의해 보수적으로 산정된 IPCC 특별보고서도 인정하듯 이 목표는 “불확실하고 명백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탄소 제거 조치를 전제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구표면 얼음과 영구동토층의 해빙으로 인한 메탄 유출 등 예측하지 못한 온실가스 추가 발생 요인의 계산이 배제된 셈법이자 50%니 66%니 하는 확률론에 기대고 있다. 이처럼 위험이 관리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반생명적이다.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참극,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겪으며 ‘안전관리'에 대한 확신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확인했다. 생명을 지키는 일을 확률 문제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를 던져버려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는 급박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1.5도 상승까지 7년밖에 남지 않았다. 미래 시점의 탄소감축 목표를 둘러싸고 하는 논쟁은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급진적 탄소감축을 위한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관료, 정치인, 산업계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다수 시민과 지구 생명의 이해에 입각한 기후정책 수립을 위해 전환 과정에서 이미 영향받고 있고 앞으로 더욱 크게 받을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청년, 여성, 장애인, 무주택자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도하는 시민의회 혹은 국가에너지전환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정부의 무대응과 무책임은 우리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고 우리의 목을 매다는 행위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며 국회 정문에 목을 묶는다. 그러나 이 고통은 지금까지 기후위기로 인해 멸종된 생물 종이나 삶의 터전과 생명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미래에 모든 생명이 감내해야 할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분명하게 말한다.

  • 기후문제는 기술적 관리의 문제가 아닌 생명과 안전의 문제다. 확률게임에 기대서는 안 되는 중대한 문제임을 직시하라.
  • 기후위기를 불확실한 미래의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하는 문제로 다루어라.
  • 기후위기 주범들을 문제해결의 주체에서 배제하고 풀뿌리 민중들이 주체로 나서 즉각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라.